스물 일곱이


2018년 3월 27일의 이야기

고용노동부에 갔다.

 미취업자를 위한 금전적인 도움과 직업 훈련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프로그램은 특별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취업 장려금'을 위한 상담을 신청했다.

 정보 제공 활용 동의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질문지에 응답했다.


절차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

 상담사가 말했다.

 "화영 씨... 만 26세면 지금 27이시죠? 27이 적은 나이..."
 나는 이 다음에 '적은 나이시니까 이것저것 해 보세요.'라던가 그 엇비슷하게 희망을 주는 말을 해 줄 줄로 알았다. 상담의 마지막에 나의 상태를 어렴풋이 확인한 상담사가 간략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네, 맞아요. 네, 그렇죠.' 하며 상담사의 말에 동조하는 중이었다.

 "27이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네, 맞아...요, 그렇죠."

 나는 내 나이가 (취업하기에) 많은 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바로 지원을 하고 서류,면접,신체검사,합숙의 단계를 거쳐 6개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서 우간다에 다녀왔고 이제 막 귀국해 3달이 흘렀다.

 별로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쨌든 해외에 계속 나갈 생각이 있었고, 지금은 잠깐 쉬고 있는 것이라고. 취미 생활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또 잠깐씩 카페 알바를 하면서 가끔 여행도 가고 데이트도 하며 지내는 거라고. 모아둔 돈은 몇 없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고, 경력도 조금 쌓았다고. 마음만 먹으면, 아니 기회가 오면 나는 바로 잡을 수 있을거라고. 그러니 나는 늦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상담사의 그 말은 낭랑하게 서 있던 나에게 어퍼컷을 날리는 정도의 위력이었다. 아픈 턱을 문지르며 다시 생각해봤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취업센터 상담사가 보기에 27살은 '신규' 취업하기에 많은 나이일 수도 있겠다. '회사'의 '막내'로 들어가기에 참 부담이 되는 나이겠다.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리라.

 평균적으로 27세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혹은 모아둔 재정에 (그것이 얼마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미치지 않는 나. 코이카 봉사활동에 다녀온 것이 '회사'의 경력이라 하기에도 참 어렵고,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다. 20살도 아니고, 25살도 아니고, 27살. 곧 서른이 되는 나이. 그러니 참 객관적으로 보기에 늦었다 싶겠다.

 그래도 내 인생에 '회사'는 없는걸. 정부를 위해 일하거나, 교사나, 프리랜서나, 창업은 있을지 몰라도...

 최근 정말 그런 생각을 한다.
 어서 빨리 해외에 다시 나가야겠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자신있어하는 일이다. 보람있는 일이다.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 느긋한 평화도 좋지만, 그래도. 그래도 즐겁게 힘들고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평화가 그리워 지겠지만)

나에게 스물 일곱은 큰 일을 마무리 한 나이이고, 다시 고민하는 나이이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나이이다. 절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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